"Base China and PLUS 원년 되길"
중국 더하기 미국·일본·아세안 집중화 전략 통한 글로벌 K뷰티 성과 기대
[2022 신년기획] 2022ENDEMIC - Elsewhere
[CMN 박일우 기자] 바야흐로 K뷰티 전성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악영향은커녕 매년,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1년 화장품 수출액은 11월 누적기준 85억1200만달러로 2020년 연간 수출액(75억6300만달러)를 이미 돌파했다. 연간 수출액은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해 사상 최초로 90억달러를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1위 수출국인 프랑스(-13.5%)를 비롯해 2위 미국(-14.9%) 4위 독일(-17.0%) 등 수출 상위국들이 역성장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16.1%라는 안정적 성장세로 독일을 제치고 수출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기준 2위 미국에 12.5억달러 가량 뒤졌는데, 2021년 미국 수출액이 역성장 혹은 5% 이하로 성장했을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치고 수출국 2위에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2021년 7월께 발표된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3% 내외가 될 전망이다.
2022년에는 연간 수출 100억달러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비롯한 다수의 국책연구기관 및 리서치기업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화장품 수출 100억달러 돌파는 따논 당상이다.
실제 2021년 수출액이 90억달러를 넘긴다고 봤을 때 2022년에 약 10% 가량만 성장하면 가능한 수치인데, 최근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넘기지 못 한 해가 단 한 차례도 없다.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지만, 코로나시대 3년차를 맞는 만큼 돌발성 악재에 대한 부담은 차라리 덜하다. 따라서 2022년에도 화장품 수출 성장 기조는 큰 변화없이 플러스 곡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수출 100억달러 시대 개막
화장품 수출이 이처럼 역대급 성장세를 나타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지적돼왔던 약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마저 놀라워하는 이런 양적 성장과 균형을 이루는 질적 성장이 동반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도 K뷰티가 신기록을 양산하려면 약점은 줄이고 장점은 넓혀가는 구조화가 꼭 필요하다.
화장품 종사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K뷰티 약점은 ‘과도한 중국(중화권) 의존도’ 문제다. 연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 약점은 얼마나 해소됐을까? 다시 말해 K뷰티 수출 다각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까.
일단 수출하는 국가 수는 많아졌다. 2020년 기준 전년대비 13개국이 늘어 총160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했다.
핵심 과제인 ‘과도한 중국 의존도 탈피’ 문제에서 수치상으로는 성과가 없다. 2020년 전체 수출의 50.3%를 점유한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021년(11월 누적 기준) 53.8%로 높아졌다.
다만, 사실상 중국향 수출로 잡는 대홍콩 수출액과 합쳐 계산해보면, 2020년 59.7%에서 2021년 60.2%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5년전만해도 수출 2위국으로 전체 비중의 30% 가까이 차지하다 2019년부터 급감하는 대홍콩 수출액을 중국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약 60% 내외에서 중화권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여전한 숙제 ‘과도한 중국 비중’
중국향 비중이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수출 다각화에 실패했다고 보긴 또 어렵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무조건 중국 비중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란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일등공신은 여전히 중국이다. 모순되게도 중국 비중이 60%에 달하기 때문에 대중국 성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 나오지 않으면 전체 성장률 역시 높아질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대로 중국 비중을 낮추면서 현재와 같은 고성장세를 지속하려면 중국에서 빠지는 만큼 수출액을 ‘어딘가 다른 곳’(Elsewhere)에서 메워줘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인종적 특성과 문화적 유사성, 지리적 이점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시장 비중을 낮추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한 중국시장은 마르고 닳도록 전념해야할 곳이다. 중국 수출길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몇 년전부터 관용구처럼 떠들어온 ‘포스트 차이나’는 그래서 공허하다. 중국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열매를 유지하면서 비중만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수출 다각화는 ‘베이스 차이나(Base China)’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국을 기본으로 수출 비중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가야만 양적 성장에 부합하는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미국·일본 등 안정적 수출성장세
앞서 말했듯 우리에게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 이를 감안해 중국 비중을 제외하고, 수출 다각화 성과를 평가해보면 나름 긍정적인 수치가 보인다.
현재 우리 수출국 2위는 미국으로, 2021년 기준 수출 비중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대비 수출 비중은 0.3% 소폭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전년대비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을 기록할 만큼 매우 안정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일국가로 미국 다음 거대시장인 일본은 우리 수출 3위국이다. 2021년 일본 수출 비중은 8.5%로 집계되는데, 이는 2018년 대비 거의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수출액은 2021년 기준 전년대비 12.7% 늘었다.
권역별로는 아세안 수출길이 가장 잘 닦여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10개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021년 기준 약 9% 정도로 미국과 일본보다 높다.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2021년 수출 5위) 비중은 2021년 기준 3.2%로 전년대비 조금 줄었으나, 이는 성장률(+5.3%)이 주춤한 탓이지 수출액은 늘어났다. 아세안 국가별로 수출 증감세는 상이하지만 전체적인 비중은 잘 유지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러시아 연방, 중앙아시아, 몽골, 중동, 인도,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로의 수출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출 비중 1% 미만 국가가 대다수지만 모아 쌓으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수출 다각화에 왕도(王道)는 없다. 누누이 언급돼왔던 대로 잘하는 것(상품·서비스)에 집중해서 잘 될 만한 곳(지역·유통)에 주력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2022년 새해에는 ‘Base China and PLUS’ 기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