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탄소중립' 정책 확산, 적극 대응 필요
화장품업계 '탈 플라스틱' 당면 과제로 부상···대체제 개발 필수
[2022 신년기획] 2022ENDEMIC - Net Zero
탄소중립기본법 3월부터 시행
[CMN 신대욱 기자] 올해 화장품 업계의 주요 이슈로 ‘탄소중립(Net Zero)’이 떠오를 전망이다. 올해 3월부터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과 함께 화장품 포장재 등급제가 1월 1일부터 시행, ‘탄소중립’ 문제는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비재 분야보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고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고, 12월 시행령이 마련됐다.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것으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26.3%)보다 높은 40%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 뼈대다.
시행령에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적응 대책을 수립하는 등 실질적인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또 기후변화 영향평가 대상과 방법, 탄소중립 도시의 지정 절차, 국가·지방 기후위기 적응 대책 등의 수립·시행,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본격 시행일 이전까지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각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본법 마련과 함께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확정해 발표했다. 화력발전 전면 중단 등 배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A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잔존하는 대신 탄소포집·이용·저장 기술(CCUS) 등 온실가스 제거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B안이다. 2050년 탄소중립의 중간 목표인 2030 NDC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것으로 상향 결정됐다.
이와 함께 폐기물 감축과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폐기물 소각과 매립량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소재개발 및 제도개선 등으로 플라스틱의 47%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안도 담겼다. 기업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와 제도 개혁도 추진한다.
세계적인 추세, 탄소세 도입 국가도 확산세
이같은 ‘탄소중립’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파리 협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목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이내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를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경 탄소중립을 실현시켜야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속도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갈 경우 2030년과 2052년 사이 온도 상승폭이 1.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같은 전망에 맞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화석 연료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 도입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EU와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세는 화석연료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거나 생산자 또는 소비자 차원에서 부과되기도 한다. 배출권 거래를 통해 탄소에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특히 EU는 지역내 수입된 제품중 탄소를 직접 배출하며 생산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도입, 2026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도 현재 탄소세 도입 관련 법안이 발의, 국회에 계류 중이고 일부 대선후보의 공약으로도 언급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국내도 2015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로, 탄소 집약도 자체가 높다. 이같은 요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9위 국가로 올라서 있다. 전 세계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소비재 산업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화장품 산업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편이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직접적인 탄소배출보다 플라스틱 용기를 통한 간접 배출이 대부분인데, 이를 대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화장품 포장재 등급제가 시행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화장품 용기의 90% 가까이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을 전망이어서 환경 부담금을 추가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용기 특성상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데다 다양한 첨가제를 사용하고 있고 남아있는 내용물 세척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기존에 나온 제품의 경우는 2024년 1월 1일까지 적용이 유예되긴 했지만 업계의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다.
저탄소 산업 구조로 변화 불가피
이같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은 근본적으로 저탄소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우려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도 높이고 있다. 그만큼 화장품업계의 ‘탈 플라스틱’은 ESG 경영 도입과 함께 필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전의 친환경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생존의 기본 바탕이 된 셈이다.
로레알과 유니레버, P&G, LVMH 등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여 나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품이 생산, 운송돼 소비자가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표시하는 탄소발자국 부착을 도입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늘고 있다. 로레알은 내년까지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 등의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부탁하기로 했고, 유니레버도 도브, 바세린 등 주요 제품에 탄소발자국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주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탄소절감 목표를 세우고 단계별로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업계 자율적으로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마련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여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제거하고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 용기 자체 회수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화장품업계의 ESG 경영도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ESG 경영은 2000년 아모레퍼시픽이 도입한 이후 지난해 다수의 기업으로 확산됐고, 올해도 탈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사업장의 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사용,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며, LG생활건강은 ESG위원회를 강화하면서 자원 순환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 등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길 계획이다.
무엇보다 화장품업계의 친환경 패키지 개발이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친환경 패키지 개발은 재활용 소재 사용과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 바이오 기반 생분해 소재 개발, 리필 활성화, 내용물 제형 변화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질 계획이다.
특히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와 CJ,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 중심으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 화장품 용기 개발 전문업체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종이 튜브와 페이퍼 몰드 같은 종이 소재를 비롯해 SK케미칼의 재활용 소재인 PCR 등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