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장품, 유행
[CMN 박일우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짧게 몇 개월 길게 몇 년 주기로 돌고 돈다.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속칭 ‘테마’에 맞춰 돈이 돈다. 사드가 불거지기 전까진 최고 테마는 화장품이었다. 그 덕에 많은 기업이 손쉽게 주식시장에 새로 입성했고, 간판을 바꿔달아 돈을 끌어모았다. 유행 덕을 톡톡히 본 셈인데, 화장품이 한물가면서 그 유행 덕에 간판을 세우거나 바꿔단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화장품 제조업체 위노바(039790)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1일 개선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10월초 열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위노바의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 3월 재무이사의 횡령으로 거래정지 된 이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결정, 개선계획서 제출, 9월 개선기간 부여·종료까지, 2000년 7월 상장해 17년간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돼온 위노바는 불과 6개월만에 낭떠러지에 서게 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폐됐던 기업들을 답습하는 조짐이 수두룩했다. 굳이 경영실적을 보지 않더라도 잦은 유상증자, 사채 발행 및 임원진 교체, 불성실공시, 자본감소와 이에 따른 거래정지 등 단서는 많았다. 화장품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지만, 글쓴이가 올해 상장기업 주가동향 분석 기사를 쓰면서 첨부터 이 회사를 대상에서 배제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는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마저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이번 기업심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지 않더라도, 앞날이 캄캄하다. 더 큰 문제는 최대주주 지분이 1.18%밖에 안 된다는데 있다. 주인 없는, 다른 말로 ‘주인은 이미 손털고 나간’ 상황에서 애꿎은 개인투자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생겼다.
앞날이 캄캄한 것은 지난달 11일 감사의견 ‘거절’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기업 코디(080530)도 마찬가지다. 코디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등을 펼치던 코디에스가 화장품 제조업체 마린코스메틱을 인수합병한 뒤 상호를 변경한 회사로, 대부분 매출이 화장품에서 나온다. 이 회사 역시 ‘조짐’이 곳곳에 보인다. 대주주가 사모투자신탁이어서 ‘책임감 있는’ 주인이 없다는 점도 위노바와 비슷하다.
아직 수면 위로 오르지 않았을 뿐, 민낯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기업은 더 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지만’, 이제 화장품 기업에서 ‘화장’을 빼고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