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밀레니얼 파워
[CMN 신대욱 기자] 올해 개교한 서울 금호고 학생들이 뽑은 대통령은 심상정이었다. 대선 하루 전인 8일 전체 학생중 97.5%가 참여(157명)한 모의투표 결과다. 심 후보는 29.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후보는 22.9%로 2위였다. 유승민(22.2%) 후보가 3위, 안철수, 홍준표(10.2%) 후보가 공동 4위였다.
투표권이 없는 18세 이하 청소년 5만1,515명이 참여한 YMCA 주관 모의투표에서도 실제 투표 결과와 크게 달랐다. 문재인 후보가 39.1%로 1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2위 심상정(36.0%), 3위 유승민(10.9%), 4위 안철수(9.4%), 5위 홍준표(2.9%)로 결과가 판이하게 나왔다.
실제 투표결과(출구조사 연령별 분석)에서도 20대는 윗세대와 다른 성향을 나타냈다. 문재인(47.6%)에 이어 안철수(17.9%), 유승민(13.2%), 심상정(12.7%), 홍준표(8.2%) 순으로 나타난 결과에서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대의 부상이라 할만하다. 이념지향이나 지역 색보다, 나를 중시하는 자기주도형, 가치지향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이다. 이들은 정치 지형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지형까지 혁신적으로 바꾸는 파워 세대로 올라서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10대와 20대가 중심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면서 고학력자이다. 항상 온라인(스마트폰)을 끼고 살지만 불충분한 소득으로 소비여력이 많지는 않다.
특히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돈이 없다. 취업난에 학자금 부채를 안고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부모 세대보다 똑똑하지만,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첫 세대다. 그래서 가격과 효용성을 따진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쓸모를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쓸로몬’이란 신조어는 여기서 나왔다. 또 소소하게 돈쓰는 재미를 추구하는 ‘탕진잼’으로도 나타난다.
실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칸타월드패널이 분석한 한국 밀레니얼 소비자의 화장품 구매패턴을 보면, 이들의 연간 화장품 구매 개수는 전체 평균(30.76개)을 넘어선 31개로, 소비여력이 많은 40~50대층과 비슷하고 35~44세(28.62개)보다 많다. 기초는 간소해지는 반면 메이크업 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페이스 메이크업 구매 개수도 35세 이상 세대보다 많고 특히 립과 아이 메이크업은 35세 이상 세대보다 1.5배 이상 구매 개수가 많다.
구매 채널도 폭넓게 활용하며 특히 온라인과 편의점 이용률이 높다. 편의점의 경우 L포인트 결제 기준으로 이들의 비중은 51.3%에 달한다.
이들은 여러모로 이중적이다. 혼밥, 혼술을 즐기지만 SNS 매체를 통한 활발한 소통을 추구한다. 소유보다 공유를 중시하는 것도 이들의 특성이다. 브랜드 충성도도 이전 세대보다 약하다. 사용 편의성과 나만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튀는’ 행동을 하는 새로운 세대가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에게 다가가려면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이들의 입장에서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의 투표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공감 능력에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