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화장품 용기 재활용? "업계가 답할 차례"

레스 플라스틱, 종이 튜브 등···필환경 가치 소비자 사로잡아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0-09-14 0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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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화장품 용기 부상


[CMN 이정아 기자] 화장품 용기는 다양하고 복잡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기능적 측면과 심미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제품 특성 때문이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수명도 짧은 편인데다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가 많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도 상당하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 기준 3.59톤에 달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조사 결과다. 이 가운데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된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고작 9%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 산업계로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국내 화장품 용기 중 약 60%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의식이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바람으로 나타나고 기업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친환경 법률시행도 뒤를 받친다.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이려는 ‘제로 웨이스트’에 집중하는 화장품사들이 부쩍 늘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단상자 사용,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콩기름 잉크 사용, 쇼핑백과 완충재까지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하는 등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유력 화장품 기업들의 앞선 노력

로레알그룹은 자사 생산 제품의 ‘탄소발자국(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 패키징 혁신 연구에 힘써왔으며 작년 10월 마침내 종이 튜브용기 개발에 성공했다.


2020년 로레알그룹은 모든 신제품을 친환경 패키징으로 출시한다. 나아가 2025년까지 자사 생산 제품 패키징의 100%를 재활용 플라스틱, 리필용기,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에스티로더 역시 2025년까지 자사 패키지의 75~100%를 재활용이나 재충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춰 별도의 팀을 꾸리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바이어스도르프도 수년내 달성 목표를 세우고 매년 보고서를 통해 진행과정을 알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친환경 지수를 마련하는 등 정기적으로 달성 목표를 점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매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 등을 통해 친환경 달성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을 제안한다. 2019년 기준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159톤의 플라스틱을 감량했으며 2022년까지 약 700톤의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실천 약속을 했다.


LG생활건강은 2018년 4월 환경부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에 대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무색 페트 적용과 폴리염화비닐 대체 재질 개발, 단일 재질 친환경 펌프 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99개 제품의 재질 개선을 통해 약 557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대체했다.


플라스틱 대체, 종이 패키지 적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특수 종이를 개발해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로레알그룹에서는 프랑스 뷰티 패키징 전문 기업 알베아와 공동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최초의 종이 기반 화장품 포장용 튜브를 개발했다.


올해 5월 라로슈포제 브랜드에서 업계 최초로 종이 튜브 용기를 사용한 썬크림 제품을 출시했다. 정확하게는 64.8%가 종이다.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뚜껑 부분은 이전 제품보다 부피를 줄여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했다. 동일제품과 비교하면 총 45%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생산 결과다.


로레알그룹은 종이 튜브 용기에 이어 덴마크 종이 병 제조 업체와 협력해 식물성 섬유로 만든 종이 병 론칭도 앞두고 있다. 종이 병 제품은 라로슈포제와 키엘에서 내년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벤처스가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첫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톤28은 특수 종이 케이스를 개발해 평균 60% 이상 달하는 플라스틱 케이스 사용률을 4%까지 떨어뜨렸다. 톤28의 종이 용기는 타사 화장품 용기와 비교해 플라스틱 함유량이 97%나 줄었다.


이 종이 용기는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가능하며 환경 당국의 인증을 받았다. 톤28의 모든 화장품은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종이 용기에 담긴다. 톤28은 플라스틱 ‘저감’이 아닌 플라스틱 ‘제로’를 추구한다.


국산 초유 성분을 함유한 영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프롬맘은 모든 제품 포장재에 국제 NGO인 FSC(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종이를 사용한다.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지키기 일환에서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가 만든 FSC 인증은 산림의 생물 다양성 유지 등 10가지 원칙과 56개 기준을 가진 국제인증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종이와 상품에 부여되는 친환경 인증이다.


FSC 인증 종이와 함께 콩기름 잉크 인쇄도 도입했다. 콩기름 잉크는 식물성 유분 사용 비율이 높아 폐기할 때 쉽게 분해되며 종이와 쉽게 분리돼 재활용에도 용이하다. 또한 종이박스, 종이 완충 포장재, 종이 테이프 등 종이 배송 포장으로 플라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제로 웨이스트’ 참여 업체 확산세

화장품 브랜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함께 하고 있다. 메탈 제로 펌프,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출시에 주력하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경우 여러 브랜드에서 저마다 노력을 기울인다.


아이오페는 슈퍼바이탈 크림의 구조 변경을 통해 기존 대비 27% 이상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에뛰드하우스는 더블래스팅 쿠션 등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프리메라는 알파인 워터리 인텐시브 크림 용기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미쟝센은 슈퍼 보태니컬 샴푸 등 67품목 용기에 사탕수수 등 식물 자원 유래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해피바스는 내용물의 펌핑을 돕기 위해 사용해온 금속 스프링을 적용하지 않은 자몽에센스 바디워시를 내놨다. 별도 분리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이 용기는 10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 겉면 포장재인 수축 필름에 절취선을 넣어 재활용이 손쉽다.


이니스프리는 그린티 씨드 세럼 용기에 종이 포장재를 적용한 페이퍼 보틀 에디션을 선보였다. 용기의 플라스틱 함량을 약 52% 줄였다. 캡과 숄더에는 재생 플라스틱을 10% 사용했다. 제품 사용 후 종이 보틀과 플라스틱 용기는 각각 분리 배출이 가능하다.


이니스프리는 또 버려지는 감귤 껍질이나 먹지 않는 녹차, 해조 부유물 등 원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친환경 종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메라는 유리용기와 재생 플라스틱 캡을 적용하고 사탕수수 부산물,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6종에 대해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받았다. 포장재의 몸체, 라벨, 마개 등이 모두 동일한 재질로 제작된 경우만 받을 수 있다. 단일재질 용기류에서는 처음으로 재활용 공제조합으로부터 받은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이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업계 최초로 ‘숨37 시크릿 리페어 컨센트레이트’ 용기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친환경 패키징 공모전에서 대상인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킨그래머는 제품 포장과 부자재를 재활용이 용이한 재료로 만들었다. 쉬즈 곤 포어리스 워터 에센스 같은 경우 100%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


키엘 알로에 젤리 클렌저 용기도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95%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며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용기에 담긴 친환경 제품이다. 이솝의 대표 제품인 갈색 유리병은 50% 재활용된 원료로 만들어 진다.


드오캄의 제주 품은 탄탄 라인에는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용기와 제거하기 쉬운 리무버 라벨이 적용됐고 닥터브로너스는 100% PCR(Post 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즉 소비자가 사용한 후 재활용한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특수 공정으로 재가공하기 때문에 일반 플라스틱 보다 15% 이상 비싸다. 페리페라는 나무가루에 플라스틱 소재를 섞어 만든 ‘우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공동개발해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인증 받았다.


용기 업체들, 관련 제품 개발 활기

국내외 할 것 없이 친환경, 지속가능한 포장용기 개발에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용기 업체들의 관련 제품 개발도 활기를 얻고 있다.


태신인팩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지류 완충재를 개발했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선대를 종이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하나는 기존 펌프에 적용됐던 메탈이나 고무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한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 재활용을 용이하게 한 우수 친환경 펌프를 개발했다.


이루팩도 소재를 단일화해 재활용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용기를 내놔 주목받았다. 이중사출과 상케이스, 고정링, 하케이스를 일체화한 팩트 용기를 개발해 미래패키징신기술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너보틀은 펌프 용기 내부에 풍선 모양의 실리콘 파우치를 넣어 그 안에 화장품을 담는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펌프 용기와 달리 탄성이 높은 실리콘 파우치가 내용물을 모두 사용하게 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헤비블로우 용기 전문 기업 올리브는 PCR 헤비블로우 용기 개발에 성공했다.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요구되는 FDA 인증과 EU시장에서 대부분 요구하는 REACH 인증을 획득한 PCR 소재만을 엄선해 친환경 재활용 헤비블로우 용기 생산에 활용한다.


한편 화학업계도 주요 고객인 글로벌 기업들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만 받겠다는 방침을 내세우자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화장품이나 식품용기에 적용 가능한 PCR-PP(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받았다. PCR-PP는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를 30%, 또는 50% 함유한 등급으로 고객사 요청에 따라 개발됐다.


스웨덴과 핀란드에 본사를 둔 목재, 바이오소재, 포장 분야 글로벌 업체 스토라엔소(Stora Enso)는 엘비코퍼레이션을 통해 듀라센스(DuraSense™)를 한국에 선보인다. 목재 섬유와 플라스틱 폴리머의 바이오 복합소재다.


바이오 복합소재는 최대 80%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와 50% 이상의 기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에 표현하지 못했던 나무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사출성형 제품에 적합한 소재다. 듀라센스에 사용되는 목재섬유는 FSC 인증을 획득했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089호(2020년 9월 16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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