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플루언서 '팬심'으로 화장품 판을 흔들다
팬슈머와 함께 화장품 콜라보・기획···인플루언서 화장품 '전성시대'
인플루언서 화장품 동향과 전망
[CMN 심재영 기자]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날로 거세지며 기업 또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인플루언서에게 단순히 제품을 협찬하거나 제공하고 이를 통한 리뷰를 진행한다거나 신제품 론칭 행사나 기념 행사에 초대하는 마케팅 방법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 출시 이전에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미리 제공해 자문을 얻기도 하고, 인플루언서가 제품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제조과정에 직접 참여해 본인의 노하우와 구독자들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를 담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뷰티 인플루언서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제품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잇따라 완판 기록을 세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쇼핑이 주목받으며 화장품 업계도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라이브 방송을 함께 진행할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를 찾는 업체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뷰튜버 콜라보, 시장 안착 지름길
뷰티 인플루언서와 콜라보레이션한 화장품들이 유튜브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화장품 매출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그룹 레페리가 올 1월 유튜브 뷰티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뷰티 인플루언서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고, 그 이후에도 뷰티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화장품 신제품들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페리데이터연구소가 올 1월 한 달 간 유튜브상에서 언급된 브랜드 및 제품을 빅데이터 전수조사한 결과, 기초 케어 전체 종합 순위에서는 뷰티 유튜버 시드니(구독자 40만)와 기획부터 개발, 네이밍 선정까지 함께 진행한 ‘코스알엑스(COSRX) 풀핏 프로폴리스 시너지 토너’가 유튜브 상 가장 많은 리뷰가 이뤄지며 1위에 올랐다. 또한, 구독자 50만의 뷰티 크리에이터 홀리의 소셜마켓 홀리마켓에서 완판을 기록한 헤이네이처의 ‘어성초 스킨 2세대’는 3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크림 부문에서는 뷰티 인플루언서 콜라보레이션 레이블 브랜드 ‘슈레피’와 글로벌 컨템포러리 스킨케어 브랜드 ‘AHC’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컨디션 릴렉싱 크림’이 1위를 기록했다.
컨디션 릴렉싱 크림은 슈레피의 뮤즈이자 스킨케어 노하우를 전하는 인플루언서 에바(구독자 72만명)가 직접 디렉팅에 참여해 론칭 당시 초도물량 전체가 품절됐던 제품이다.
마스크/팩 라인 2위를 차지한 슈레피의 ‘겟 리프 트윈 패드팩’은 레페리 소속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스킨케어 메이크업 노하우를 담아 직접 제조에 참여한 제품이다.
이후에도 뷰티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된 제품들의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뷰티 크리에이터 채소와 올리브영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브링그린이 콜라보한 티트리 시카 수딩 토너는 콜라보 마켓 오픈 2시간 만에 전상품 완판 기록을 세웠다.
또한 지난 달 말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 김습습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디퍼런트의 비타A크림 콜라보레이션 영상이 조회수 90만을 기록했으며, 게재 일주일 만에 해당 제품이 공식 온라인몰에서만 약 5만 개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뷰티 유튜버 1, 2위는 포니・이사배
유튜브 랭킹 서비스 플랫폼 유튜브 랭킹을 참고해 인기 뷰티 유튜브 채널 TOP10을 뽑아봤다.
그 결과, 뷰티 유튜브 채널 1위는 포니(PONY Syndrome)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독자가 무려 570만명에 달하고 조회수는 3억2500만회다. 포니는 유튜브를 운영하기 전부터 메이크업 블로거로 활동해 유명세를 탔으며, 2015년에는 여가수 씨엘(CL)의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또한 2015년 MBX(구 미미박스)와 콜라보로 2015년 메이크업 브랜드 포니이펙트(PONY Effect)를 론칭해 지금도 MBX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2위는 이사배(RISABAE)다. 구독자는 225만명. 조회수는 2억2620만회다. 이사배는 MBC 미술센터의 연예인 메이크업팀과 특수분장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이후 청담동 라끌로에 헤어숍에서 실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했다가 유튜브로 옮겼으며 유튜브뿐 아니라 온스타일에서 방송하는 ‘겟잇뷰티’를 시작으로 MBC 언니네쌀롱에 이어 밥블레스유2에 출연하는 등 방송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4위를 차지한 Leesuhyun은 혼성 보컬그룹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는 145만명. 조회수는 599만7800회다. 주로 뷰티 영상을 업로드하지만 브이로그나 ASMR을 올리기도 한다. 첫 영상을 올리고 4일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넘겼고, 그 이틀 후에 30만명을 넘겼다.
유튜브에서 대표 채널 말고도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도 많다. 뷰티 유튜브 3위의 씬님(ssin 씬님)은 구독자가 161만명에 달하며 조회수는 4억1800만회에 달한다. 2013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서 뷰티 블로거로 활동했으며, ssin 씬님 말고도 다이아TV에서 운영하는 ssin 씬기록, 다이어트 채널인 thin 씬님, Behind SSIN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 120만명으로 뷰티 유튜브 8위에 오른 회사원A도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한다. 채널명처럼 게임 회사원이었으며, 일상 브이로그를 올리는 회사원B, 일본어로 진행하는 회사원J, 남자친구와 함께 운영하는 커플채널인 회사원C를 운영 중이다.
K뷰티의 글로벌 진출에 유튜버들도 한몫을 한다. 라뮤끄와 써니채널, 리아유(Liah Yoo)가 대표적이다. 뷰티 유튜브 순위 5위의 라뮤끄(lamuqe)는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과 손잡고 한정판으로 ‘맥 라뮤끄 립스틱’을 출시했다. 뷰티 유튜브 순위 9위에 오른 써니채널(Sunny’s Channel)의 써니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5살부터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이다. 미국 세포라 등 현지 소식이 담긴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영어자막이 제공되는 영상이 많다.
뷰티 유튜버 톱10에 진입한 리아유(Liah Yoo)는 메이크업보다는 스킨케어 중심의 영상을 올리고, 한국인이지만 영어로 말을 하고 모든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붙인다. 한국어보다 영어 댓글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부터 참여한 화장품 론칭 ‘붐’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뷰티 노하우를 담은 화장품 출시가 붐을 이루고 있다. 협업 수준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제품 또는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뷰티 인플루언서 중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단품이 아닌 브랜드로 론칭한 첫 사례는 포니(PONY)다. 2015년 미미박스(현 MBX)와 함께 메이크업 브랜드 포니이펙트(PONY EFFECT)를 론칭했다. 포니이펙트는 뷰티 인플루언서 화장품 브랜드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일 뿐만 아니라 MBX의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뷰티 MCN 업체인 레페리는 지난해 자회사로 슈레피(Surepi)를 설립했다. 슈레피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제품 기획 및 제조에 직접 참여하는 브랜드로 하나의 제품 당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뮤즈로 매칭돼 있다.
수백, 수천가지 화장품을 사용해 본 뷰티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니즈와 시청자들의 리얼 보이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화장품에 대한 영감과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레페리의 빅데이터연구소와 슈페리 상품기획팀에서 완벽하게 가공해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시킨다.
지난달 뷰티 크리에이터 뽐니는 205명의 팬슈머와 함께 마스크 착용에도 무너짐 없는 저자극성 파운데이션인 슈레피 뽐 스무드 커버 업 파운데이션 4종을 출시했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소속 63만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 새벽은 지난달 화장품 브랜드 ‘주인공(JUINGONG)’을 론칭했다. 주인공은 론칭 10일 만에 준비된 수량의 60% 이상을 판매하며 인기와 영향력 모두를 입증했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소속 미용만화 작가이자 뷰티 유튜버인 된다도 지난달 첫 브랜드 ‘도앤다스’를 론칭했다. 도앤다스 스킨 커버 선은 판매 오픈 30분만에 품절되는 기록을 세웠다.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몸값이 높아지자 롯데쇼핑은 최근 패션모델 소유, 뷰티 크리에이터 린지, 주얼리 디자이너 여니엘 등 인플루언서들과 손잡고 매달 새로운 화장품을 선보이는 ‘유어브랜드’를 론칭했다. 유어브랜드는 트렌드 리더로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뷰티 플랫폼이다.
유어브랜드는 마케팅 플랫폼 운영사인 ‘아이엠피랩’과 화장품 개발 및 브랜딩 전문 ‘인핸스비’, 유명 화장품 제조 생산 회사인 ‘코스맥스’가 손을 잡고 1년여의 준비 끝에 탄생했다. 유통은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백화점이 전담한다. 업계 최고의 전문가와 셀럽들이 직접 디렉션한다는 특징이 있다.
라이브 커머스 확산···뷰튜버 몸값 상승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의 현장감을 살린 새로운 쇼핑 방식인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쇼핑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유통사들이 경쟁적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했으며, 화장품 분야도 예외 없이 라이브 커머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뷰티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커지고 몸값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1번가는 조성아뷰티와 에뛰드, 아이오페 등 브랜드사와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가 협력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엔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뷰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3월 말에는 에뛰드가 뷰티 유튜버 민가든과 함께 뷰티 라이브 방송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아이오페가 뷰티 유튜버 회사원A와 함께 아이오페 스템3 앰플을 활용한 뷰티팁을 공개했고, 단독 구성 세트를 선보였다.
올리브영의 모바일 라이브 방송도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아이소이가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함께 올리브영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제니하우스 코스메틱이 가수 황보와 함께 올리브영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다.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에도 화장품 브랜드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VDL은 네이버 뷰스타로 활동 중인 버니, 연우와 함께 올해의 팬톤20 클래식 블루가 반영된 신제품을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내보냈다.
달바(d’Alba)는 지난달 말 120만 뷰티 유튜버 회사원A와 네이버 셀렉티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달바는 이날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 방송을 통해 스테디셀러 제품을 소개한 것은 물론 신제품 마일드 선크림을 공식 선보였다. 누적 조회수만 6만에 육박하는 높은 호응을 보이며 매출도 평소 대비 2400% 높은 성과를 냈다.
뷰티 인플루언서 해외 진출 본격화
왕홍을 통한 생방송 판매가 국내보다 활성화돼 있는 중국의 SNS 채널에 국내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뷰티 MCN 업체인 아이스크리에이티브는 지난 달 15일 페르소나미디어와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중국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페르소나 미디어는 국내외 셀럽 및 인플루언서의 중국 진출을 돕는 전문 기업으로 중국 웨이보, 샤오홍슈, 도우인(틱톡), 콰이쇼우 등의 공식 MCN 파트너사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는 페르소나미디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뷰티 MCN 업체임을 자처하는 레페리도 인플루언서들의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베트남 호치민에만 해외지사를 설립한 정도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2차 K뷰티 웨이브를 일으킨다는 목표다.
유튜버 도덕적 판단 갈수록 중요
화장품업계는 인쇄매체와 방송매체 광고를 대폭 줄이고 디지털 광고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디지털 광고는 유명인을 등장시킨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뷰티 유튜버가 직접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31일부터는 국내에서도 인스타그램으로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화장품 광고가 대세가 됐다.
여기에 최근 페이스북도 제품 검색 및 결제가 가능한 무료 온라인 상점 ‘페이스북 샵스’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고, 유튜브도 동영상 광고를 노출하는 동시에 구매를 유도하는 새로운 광고 상품 ‘쇼퍼블’을 선보인다고 발표해 화장품의 SNS 쇼핑 채널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화장품 광고와 판매가 과열 양상을 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최근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의 원칙과 SNS 매체별 공개 방식을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확정해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경제적 대가를 받고 만든 콘텐츠인 것을 밝히지 않고 상품 후기 등으로 위장한 광고를 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이 유튜브를 비롯한 SNS 마케팅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인줄 알지만 유튜버를 믿고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아직까지는 많다는 판단에서다. 유튜버들의 도덕적 판단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081호(2020년 7월 15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