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트렌드 '비건 라이프' 비건 뷰티로 확산
일반인도 비건 화장품에 관심···5년 후 시장 규모 25조 전망
비건 화장품 시장 이해와 전망
[CMN 이정아 기자] 북미나 유럽에선 이미 생활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비건 문화가 차츰 국내에도 퍼지고 있다.
전세계 비건 인구는 5,4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비건 인구는 약 50만명(한국채식연합, 2019년 기준)이다. 이들이 꼽는 비건의 이유는 건강, 환경, 동물복지 등 여러 가지다.
그 중심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동물 보호는 물론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소비, 착한 가치 소비에 집중하는 이들 세대가 비건 시장을 키우는 주역인 셈이다.
‘비건 라이프’는 식품이나 음료 중심에서 생활용품, 패션, 화장품으로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소비하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착한 가치소비 집중, 그린슈머 증가
‘비건(Vegan)’은 1944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영국 비건협회(The Vegan Society)에서 첫 규정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비건은 육류는 물론 어류와 유제품, 달걀, 꿀까지 섭취를 금한다.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외에는 먹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단계를 말한다.
채식주의자 유형 8단계 중 거의 마지막 단계라 볼 수 있다. 비건을 능가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로 ‘프루테리언(Fruitarian)’이 있다. 이들은 식물을 강제 채집하는 행위 없이 오직 열매류만 따먹는다. 식물성 잎, 줄기, 뿌리도 먹지 않는다.
최근 비건 인구 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과도한 육식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에 주목한다. 그린슈머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도 있다.
2025년 세계 비건 화장품 규모 25조
비건 트렌드는 세계적인 추세다. 먹거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화장품, 패션 등 생활 전반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건 화장품 브랜드들도 뜨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 가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을 가리킨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이 있는데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이라고 모두 비건 화장품은 아니다. 동물실험은 하지 않아도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비건 화장품이 되려면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그랜드 뷰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10년 중반 이후 연평균 6.3%씩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53억 달러(한화 약 18조) 규모가 예상되며 2025년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8억 달러(한화 약 25조)에 이를 전망이다. 비건이 세계 화장품 산업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 국내서도 활약
일찍부터 비건 인증을 시작한 건 유럽이다. 채식주의와 동물복지의 역사가 깊어서다. 1944년 창립해 비건 인증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가 대표적이다. 비건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탄생시킨 단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1990년 비건 트레이드마크(Vegan Trademark)를 확립했다. 전세계 3만개가 넘는 제품이 비건 트레이드마크에 등록되어 있다. 유럽채식연합(EVU)에서 발급하는 브이라벨(V-Label)은 유럽을 대표하는 보편적 비건 인증마크로 유럽 27개국에서 통용된다.
비건 소사이어티와 브이라벨의 국내 에이전트는 하우스부띠끄다. 2018년 11월 하우스부띠끄가 영국 비건협회와 공식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하우스부띠끄는 국내 화장품 유럽 수출 인허가 전문업체다. 30개 뷰티 브랜드 200여개 제품이 하우스부띠끄를 통해 비건 인증을 받았다. 제조라인이나 설비에 대한 현장 실사 없이 100% 서류심사로만 진행된다.
프랑스 이브(EVE) 비건 인증은 글로벌표준인증원이 독점 협약을 맺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비건 인증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 11월 프랑스 이브비건협회 관계자들이 방한해 국내 기업 20여개사에 인증서를 전달했다. 이 중 13개 기업이 제조시설 인증을 받았다.
국내 최초 비건인증기관도 등장
국내 최초 비건인증기관도 생겼다. 한국비건인증원이다. 2018년 12월 화장품 비건 인증을 개시했다. 화장품제조업과 화장품제조판매업이 신청대상이다.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절차는 큰 틀에서 보면 해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해외 대부분의 비건인증기관이 서류심사만으로 제품을 인증하는데 비해 한국비건인증원은 동물성 유전자의 검출 실험을 통해 엄밀하게 비건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시스템을 갖추었다.
원료의 제조과정에서도 동물성 물질이 이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확인한 후 인증한다. 화장품업체를 통해 각 원료사에 원료별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취합 받아 검토한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이 절차를 가장 중시한다.
필요한 경우 현장 조사를 통해 관련 사항을 검증하기도 한다. 한국비건인증원은 비건 여부를 가리는 인증 절차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비건 관련 교육도 실시한다.
OEM 기업 비건 화장품 시장 개척
국내 OEM·ODM 기업들도 앞다퉈 비건 인증을 받으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비건 인증을 받은 OEM·ODM 기업으로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코스온, 그린코스, 씨엔에프, 아이썸, 서울화장품, 코스모코스, 솔레오코스메틱, 엔코스 등이 있다.
코스맥스는 2018년 10월 프랑스 인증 기관인 이브비건협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화장품 생산설비에 대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지난해 5월 프랑스 이브비건협회로부터 화장품 생산설비와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유씨엘, 그린코스, 솔레오코스메틱, 씨엔에프 등도 작년 11월 이브비건협회의 비건 인증을 확보했다.
한국콜마는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세럼과 크림 품목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작년에 적극적인 비건 인증 절차를 진행해 5월과 6월 토너, 로션, 크림 등 7개 품목의 인증을 획득했고 같은 해 12월 세럼, 크림 인증을 추가로 받았다. 마스크팩과 클렌징 제품 등으로 비건 인증을 넓혀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비건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에 지분투자를 했다.
비건 인증 국내 화장품 출시 잇따라
착한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비건 화장품을 표방하는 국내 브랜드들의 등장도 활발해졌다. ‘온도’는 미국 동물보호단체 PETA로부터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 농약 한 방울 쓰지 않는 재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전남 화순 수만리 마을의 구절초가 주 원료다. ‘리듀어’도 PETA 크루얼티 프리&비건 인증 제품이다.
패밀리 홈케어 브랜드 ‘분코’는 100% 식물에서 얻어진 무독성의 안전한 베이스와 천연 점증제만을 쓴다. 영국 비건소사이어티에서 정식으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8년 출시한 미국 비건 지향 화장품 브랜드 ‘아워글래스’는 제품 90% 이상이 비건이다.
PETA 크루얼티 프리&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은 메이크업 브랜드 ‘디어달리아’도 대표적인 국내 비건 뷰티 브랜드다. 모든 라인이 100% 비건 제품이다. ‘아로마티카’에도 친환경 비건 뷰티의 가치가 녹아있다.
패션기업 LF는 화장품사업에 첫 진출하면서 비건 화장품 ‘아떼’를 띄웠다. 이브 비건과 비건 소사이어티 비건 인증을 받았다. 허스텔러, 비브, 라빠레뜨뷰티, 클레어스, 멜릭서, 엘가닉, 야다, 비건아리아, 해피비건, 라프레앙, 도나비가노, 오신채, 보나쥬르도 비건 인증 제품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보나쥬르는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인증받은 화장품만 40여개가 넘는다.
리얼라엘, 아임프롬, 유랑, 언리시아, 몽쥬르, 리틀마마 베이비 스파, 스테디, 쉬즈랩, 11빌리지팩토리, 비온데이즈 등에도 비건 인증 제품이 포함됐다. 아이소이, 녹십초 시카 그린, 어퓨 맑은 솔싹라인, 프리메라 내추럴 스킨 메이크업 라인, 이니스프리 슈퍼푸드 베지워터 토닝 라인, 클리오 핏티 비비 뤼리에르 마스크팩과 클레이 붓기팩, 더샘과 투쿨포스쿨, 듀이트리에도 비건 제품이 있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079호(2020년 7월 1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