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산업 활성화 지원 초점···'THB' 결론은 내년으로

리필(소분)매장 확대, 합리적 규제개선 위한 민관협의체 출범, 모다모다 샴푸 논란ing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2-12-23 01: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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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22 송년 기획] 분야별 결산 정책·제도


[CMN 박일우 기자] 해마다 연초에 의례적으로 실시했던 화장품 정책설명회조차 올해는 열지 않았을 만큼, 딱히 중점 추진했던 정책이나 제도를 찾기 힘든 해였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모다모다 샴푸의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 위해성 논란이다. 지난해말부터 식약처와 모다모다 측이 이어온 공방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까지 올라간 이 논란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위해성 평가 여부와 상관없이 무소불위의 규제당국이 한 기업과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이는 동안 누가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민간주도 선진적 규제개선 토대 마련
식약처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올해 화장품 정책방향 초점은 코로나로 위축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합리적 규제 개선으로 요약된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화장품 리필(소분)매장 활성화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맞춤형화장품 제도 시행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밀고 있는 부분이다. 리필을 통한 플라스틱 저감으로 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해 리필매장 늘리기에 정부 차원 지원이 계속됐다.

화장품 분야 선진화를 위해 민관협의체 도약!(Jump-up) K-코스메틱6월 출범했다. 협의체는 화장품 분야 정책, 법령개정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수렴하고,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임무를 띠고 활동에 들어갔다. 민관협의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민간 주도로 합리적 규제혁신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빠질 수 없는 안전성 강화와 관련해선, 1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 평가해 총량으로 관리하는 유해물질 통합 위해성 평가 제도가 시행됐는데, 화장품을 비롯해 식품, 의약품, 위생용품 등을 모두 아우르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보다 체계적인 안전성 관리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겨도 본전인 싸움서 발 못 뺀 식약처
모다모다 논란은 흥미롭다. 지금까지 유사한 논란의 거의 모든 경우 식약처에서 규제를 가하면 그걸로 사안을 종결됐다. 몇 년전 D사에서 식약처에 반기를 든 적이 있긴 했는데, 이후 그 회사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모다모다만은 좀 다르다. 지난해 모다모다 샴푸가 빅히트를 치던 중 식약처가 EU 규정을 근거로 THB 성분이 위해하다며 초고속으로 THB 성분 사용금지 처분을 내렸다. 보통 이렇게 되면 업체 측에서 반발하다가 억울하다고 하면서 끝나는데, 놀랍게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식약처에 재검토를 권고, 모다모다 손을 들어주며 사태는 2라운드를 맞게 됐다. 현재 추가 위해성 평가는 식약처가 선정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진행 중이며, 모다모다 측도 자체적으로 안전성 자료를 도출하기 위한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식약처가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모다모다 측은 위해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이미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 신기술을 장착한 새치커버(갈변)샴푸로 이름이 높다. 판매 규제는 없다.

상징적으로, THB 성분 위해성 재평가 결과가 식약처 입맛에 맞게 나오더라도 갈변샴푸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혁신적 기술력의 제품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근거를 내세워 단숨에 사장시킨 조치를 잘했다고 평가할 사람은 관계자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 조치를 내린 일련의 과정이 전례없이, 신속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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