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일본, 제3의 러시아 더 많아지길"

더이상 중국 특수 기대선 안돼 CIS.서남아시아.호주 등 적극 개척해야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0-01-02 00: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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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 기획] 2020 ENCORE K-Beauty + Emerging market


손 성 민 주임연구원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기획정보실 기획조사팀

지난해 수출통계 집계 이후 최악 성적표 받아

명확한 방향성 갖고 재도약 위해 “다시 뛰자”


[CMN] 화장품 수출이 심상치가 않다. K뷰티 위기설은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2019년 첫 달부터 전년대비 역성장을 시작하더니 11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1% 플러스 성장을 이끌어냈다. 9월 이후 대중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선 게 계기가 됐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수출이 전년대비 26.7% 성장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출 증가율 35.2%라는 성장세를 자랑하던 K뷰티가 언제부터 성장을 걱정하게 됐을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2018년 주요 10대 수출국이 모두 성장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2019년에는 절반인 5개국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까지 누적수출 현황을 보면, 미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소폭 하락한 국가도 있지만 태국(△16.7%)이나 홍콩(△33.3%)처럼 큰 타격을 입은 시장도 있다. 성장세와 감소세가 국가별로 맞물려 성장이 상쇄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무더기로 수출 감소가 나타난 것은 화장품 수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락세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화권(홍콩, 대만), 북미(미국), 동남아시아(싱가포르, 태국), 유럽(프랑스)까지 거의 전 지역에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긍정적인 요인 하나는 크게 기대 않았던 시장에서 수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내외적인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본 시장, 경제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는 베트남, 한류의 정점에 있다고 평가 받는 러시아, 동남아시아의 잠룡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인 국가다.


권역별로 보면 더 두드러진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시장은 2018년(11월 누적 기준) 대비 수출도 감소했고, 비중 또한 66.5%에서 63.3%로 줄었다. 이는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북미 시장 또한 하반기 미국 시장 수출 감소로 비중 또한 소폭 하락했다. 반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태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시장에서 고루 성장하며 수출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크게 약진한 지역 중 두 지역을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 일본, 그리고 러시아 및 CIS 국가들이다.


우선 대일본 화장품 수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5년전과 비교해 수출이 약 3배 늘어 4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최근 2년간 대내외 이슈에도 흔들림 없이 2018년에는 34.2%, 2019년에는 현재까지 전년 대비 31.5% 성장하는 등 꾸준함도 엿보인다.


이 같은 수출 성장은 전통적인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기존 인기 한류 콘텐츠에서 한국 음식, 화장품 등으로 한류 외연 확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2019 해외 한류실태조사에서 화장품은 다섯 번째로 높은 인기 항목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포스트밀레니얼(Post Millenial)세대인 10~20대의 역할이 컸다. 일본 내 3차 한류 주인공인 이들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현지 청소년의 85.9%가 ‘한류는 현재 화제’라고 응답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이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 내 코리아타운 분식집, 한국 캐릭터 매장, K뷰티 매장 러쉬(Rush)는 당분간 K뷰티의 일본 시장 성장 동력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한인 타운 이외 지역에서도 한국 화장품 전문 매장이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인기 품목군도 다양한데, 일본 최대 화장품 플랫폼인 앳코스메(@COSME) 인기 제품 순위 상위권에 루즈파우더, 컨실러, 마스크팩 등 다양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또 2020년 대외적 환경, 유통 시장 확대, 한류, 올림픽 등 수출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인해 2020년 대일수출이 더 기대되고 있다.


두 번째로 러시아와 주변 CIS 지역의 K뷰티 인기가 기대 이상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주요 화장품 수출 순위에서 2016년까지 10위에 머물다가 2017년 9위, 2018년 8위, 올해는 11월 기준 7위까지 뛰어올랐다. 2018년에만 63.6% 성장을 보인 대러시아 수출은 2019년 11월까지 35.0% 동기대비 성장을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로의 화장품 수출 성장은 한류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일본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우선 인기 한류 콘텐츠 항목에서 자동차가 1위로 꼽혔으며, 그 뒤로 IT제품, 화장품이 뒤를 이었다.


화장품 관련 응답 비중인 40.3% 또한 태국(43.0%)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수치이며, 일본(20.9%)의 두 배다.


또 기존 국가들과는 다르게 우리 기업들에게 역사, 문화, 언어적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오히려 소수의 중간 유통 기업을 통해 공급양이 잘 조절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들 기업을 통해 우리 나라 제품이 레뚜알(Le’talie), 빠드로슈카(Podrushka), 리브 고쉬(Riv Goshe)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러시아 내 삼성(SAMSUNG)의 이미지와 함께 화장품 강국의 이미지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화장품 인허가 기간도 약 1개월로 짧고 ‘인터참 코리아(Intercharm Korea)’ 등을 통해 양국 시장 간 직접 접촉면이 넓어졌다는 점도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K뷰티가 각광받으면서 위성 시장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폴란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키르기스스탄은 2019년 11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20%, 112% 성장하며 사상 처음으로 주요 수출국 20위 내에 올랐다. 폴란드도 13.7% 성장하며 20위권을 형성했다. 이들 지역 역시 한류 드라마 인기를 기반으로 러시아 시장을 통해 많은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 구매력에도 불구하고 K뷰티의 뜨거운 인기는 최근 여러 매체와 보고서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2020년이 기대되는 이머징 마켓에는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영국, 호주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지만, 소비자 구매력 부문에서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2~3년 사이 엄청난 성장을 보여줬으나, 시장 경쟁 심화 및 K뷰티 내 경쟁, 짝퉁 제품, 경제 성장 둔화 등 우려되는 부분도 여전히 함께 존재하고 있다. 영국, 호주 등 대표적인 선진 시장 내에서도 본격적으로 K뷰티가 소개됐는데, ‘천연원료’를 함유한 자연친화적 제품과 마스크팩을 위시한 ‘혁신성’으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매년 최초, 최대, 최고 기록을 경험해 온 K뷰티이지만, 2019년 성적표는 당황스럽다. 우리나라 화장품 자존심이었던 홍콩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도 역성장하며 일본에게 1위를 내줬다. 일본의 대홍콩 수출은 같은 기간 성장했다.


중국 시장의 변화도 당장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시장이 요구하고 바라면 그렇게 기꺼이 바뀌어야 한다. 중국(홍콩) 시장에서도, 태국에서도 다시 K뷰티 성장을 이끌어 낼 동력을 다시 찾을 것이다.


어떤 시장은 수출 감소를 쉬이 멈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새로운 시장들의 K뷰티 수요 또한 커지고 있다.


대형 수출 오더는 어려울 수 있다. 포스트 차이나(Post-China)가 아닌 제2의 일본, 제3의 러시아가 더 많아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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