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경기전망지수 전분기대비 17p 하락한 '83'... 전체 제조업 지수 5분기 연속 부정 전망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2-09-29 13:52:40]
[CMN]4분기 화장품 제조업 경기전망지수가 지난 분기에 이어 크게 떨어진 ‘83’을 기록하며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확인시켰다. 지난 2분기 BSI ‘123’으로 전 업종에서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던 화장품은 지난 3분기 BSI가 전분기 대비 23p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도 17p나 추가 하락하며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전체 제조업 경기전망 역시 매우 좋지 않다. 기업들은 5분기 연속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3분기 코로나 극복 기대감에 긍정적 전망이 나온 이후 경기 악재들만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 경제 분야가 동반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전망치가 ‘8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79)와 큰 변동없이 기업체감경기가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이 맞물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이익 극대화가 아닌 안전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내수회복을 기대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부품, 의료·정밀 외 기준치 미달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이 특히 부진했는데,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쳐 원가 부담이 심화된 탓으로 보인다. 조선·부품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높은 선가가, 의료·정밀은 코로나19 특수가 지속되며 4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가 69로 집계돼 중견·중소기업의 전망치 82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IT·전자, 철강, 화학업종들의 경기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광주(102)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BSI가 기준치인 100 이하로 조사됐다. 광주의 경우 지역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실적 호조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철강 및 금속 산업(대구, 경북, 부산)과 시멘트 산업(강원)의 비중이 큰 지역들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광주 102, 세종 90, 서울 88, 제주 88, 전남 87, 울산 87, 충북 86, 대전 86, 충남 85, 경기 83, 경남 81, 전북 81, 인천 81, 부산 78, 강원 78, 경북 75, 대구 70>
경제성장률·실적 달성 전망 모두 ‘흐림’ 올해 마무리까지 한 분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응답기업 5곳 중 3곳(58.5%)은 올해 우리 경제의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OECD 전망치는 2.8%다.
올해 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의 절반(49.8%)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답하면서 4분기 체감경기·경제성장률·실적 달성 전망이 모두 어두운 것으로 조사됐다.<목표치 달성·근접 45.3%, 목표치 초과 4.9%>
금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로는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82.1%)이 가장 많이 꼽혔고, ‘환율 등 대외 경제지표 변동성 심화’(47.2%), ‘금리 인상 기조’(46.9%)도 높은 응답률을 보여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을 리스크로 꼽은 비율은 업종, 지역, 기업규모를 불문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인플레이션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 27.0%, 주요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 19.5%, 미·중 갈등 등 공급망 리스크 18.9%, 기업 부담법안 등 정책 리스크 7.8%, 기타 3.1%, 복수응답>
경영 리스크로 ‘금리 인상 기조’를 꼽은 비율이 중소기업 47.9%, 대기업 37.2%인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금융 여건에 대한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기한 만료 등 자금조달 어려움’을 리스크로 택한 중소기업 비율은 14.2%로, 대기업 4.7%, 중견기업 6.4%와 두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국의 강도 높은 긴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高 위기에 처해 있다”며 “건실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