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시대, '비건 화장품' 새 영역 부상
젊은 세대 중심 '착한 소비' 확산, 시장에 큰 영향
[CMN 신대욱 기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가치가 소비 시장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면서 ‘비건 화장품’이 세를 넓히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이른다. 화학 원료는 물론 우유나, 꿀, 비즈 왁스까지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제품으로 천연화장품이나 유기농화장품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무엇보다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환경 가치까지 지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 세계 채식주의 확산에 따른 흐름도 반영돼 있다.
국제채식인연맹이 추산한 전 세계 채식주의자는 1억8,000만명(2017년 기준)이며, 이중 동물성 음식(달걀, 우유 포함)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인은 5,400만명 정도다. 국내 채식주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 정도인 100~150만명(2018년 기준) 정도다. 2008년 추산 규모 15만명에서 약 10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중 비건은 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전 세계 비건화장품 시장도 연 평균 8%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는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이 2025년 약 208억 달러(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17년 129억 달러(약 14조원)보다 61.2% 성장한 규모다.
국내 시장도 ODM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가 비건 인증을 받으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선 비건 인증을 받은 ODM 기업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코스온, 그린코스, 씨엔에프, 서울화장품, 솔레오코스메틱 등 10여개 이상에 이른다.
한국콜마는 1944년 설립된 이후 ‘비건 인증’을 주도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최근 세럼과 크림 품목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지난 5월과 6월 토너와 로션, 크림 등 7개 품목의 인증을 획득한 데 이은 추가 인증이다. 회사측은 추후 마스크팩과 클렌징 제품 등 비건 제품 인증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코스맥스는 앞서 지난 2018년 10월 프랑스 인증 기관인 이브 비건협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화장품 생산설비에 대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지난해 5월 역시 프랑스 이브 비건협회로부터 화장품 생산설비와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그린코스와 솔레오코스메틱, 씨엔에프 등도 지난해 11월 이브비건협회의 비건 인증을 확보했다.
브랜드사의 참여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비건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판매에 들어간다. 밀크 메이크업은 동물실험을 배제하는 크루얼티 프리는 물론 100% 비건을 표방한 ‘클린 뷰티’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밀크 메이크업의 지분 일부도 확보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확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7월 프랑스 이브 비건 인증을 받은 슈퍼푸드 베지워터 토닝 라인을 내놨다. 100% 비건 레시피로 이뤄진 라인으로 앰플과 미스크로 구성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월 프랑스 이브 비건 인증을 받은 어퓨 맑은 솔싹 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스킨케어 3품목과 클렌징 3품목으로 구성된 어퓨 맑은 솔싹 라인은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쳤고 100%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
패션기업 LF도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로 10월 내놓은 ‘아떼’를 ‘비건 화장품’으로 띄웠다. 스위스 자생식물을 주요 원료로 삼았고 프랑스 이브 비건 인증을 받았다.
보나쥬르는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인증받은 비건화장품 40여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뤼리에르는 11월 프랑스 이브 비건협회로부터 마스크팩과 모공관리용 클레이 붓기팩을 인증받았다. 수입 브랜드인 클라란스도 6월 10대를 위한 비건 화장품 라인 ‘마이 클라란스’를 내놓은 바 있다.
비건을 내세운 메이크업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디어달리아가 대표적이다. 디어달리아는 세계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로부터 크루얼티 프리와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은 메이크업 브랜드로, 2017년 8월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고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도 비건화장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에임즈피앤엘이 수입, 판매하고 있는 폴란드 대표 브랜드 잉글롯도 전체 제품의 80%가 비건화장품임을 내세우고 있다. LF의 비건화장품 브랜드 아떼의 어센틱 립밤도 비건 메이크업 제품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밖에 프리메라와 스테디, 쉬즈랩, 11빌리지팩토리, 비온데이즈 등도 비건 인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1월 국내 화장품사의 이브 비건 인증식 참석차 방한했던 헬렌 모드레제프스키 프랑스 이브비건인증협회 대표는 “비건 시장은 아직 도입기지만 성장속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은 환경 요소로 인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에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어 한때의 트렌드가 아닌, 지속 성장하는 분야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