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차이나 위한 밥상은 차려졌다

낮아진 관세·비관세 장벽 '호재' … 높은 따이공 의존도 '걸림돌'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18-06-22 03: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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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화장품 수출환경 변화 점검


[CMN 박일우 기자]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안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소비재 수입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일련의 소비재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면 기존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가는 개방적 성격의 방향성이 강하게 읽힌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축으로 성장시키려는 시진핑 주석의 원대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현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인 ‘무역장벽 제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큰 틀의 소비재 관련 정책 가운데 최근 들어 화장품산업과 직결된 제도 변화도 심심치 않게 발표되고 있다.


이에 CMN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와 포커스 차이나(Focus China)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중국의 수입화장품 관련 정책을 비롯한 대중국 화장품 수출환경을 점검해본다.


새로운 조직 법규 변화 등 모니터링 필요


중국은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기조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올초 국무원이 발표한 ‘자유무역구 개방 확대’ 조치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월 9일 ‘자유무역시험구 관련 행정 법규, 국무원 문건 및 국무원 비준 부처 관련 일시 조정에 관한 결정’을 내놨다.


상하이, 광둥, 톈진, 푸젠, 랴오닝, 저장, 허난, 후베이, 충칭, 쓰환, 산시 등 11개 자유무역구에 제조업, 교통운송업, IT, 서비스업, 금융, 문화 등 영역의 대외 개방을 확대한다는 게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자유무역시험구가 외상투자 플랫폼임을 고려하면 11개 테스트 도시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중국 전역으로의 개혁·개방 실험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중국은 또 20여년만에 시장의 감독과 관리시스템 정비, 품질 안전관리 강화, 공정 경쟁환경 조성 등을 목표로 대대적인 국가기구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화장품 위생허가를 담담했던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을 폐지하고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을 신설해 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록을 책임지고 관리토록 했다.


눈여겨 볼 점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을 새로 만들어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을 비롯해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AQSIQ),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을 산하에 두고 관리감독하게 한다는 점이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우리나라로 치면 식약처, 관세청, 특허청, 공정위 등을 모두 아우르게 돼, 중국시장 진입부터 경쟁까지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존 부서들간의 조직과 인력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조직은 2019년 3월까지 조직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 대중국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가기구 개편으로 신설된 국가약품관리국이 화장품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된 상황에서, 국무원의 2018년 입법엄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안에 화장품감독관리조례 제정이 예고돼 있다”며 “중국 새로운 관리부서의 변화, 법률법규 출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닝해 나가야 중국 진출에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위생허가 필수화 준비해야


이 같은 큰틀의 중국 정부 정책 방향에 발맞춰 대표적인 생활소비재인 화장품 관련 정책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선 올 1월 1일부터 중국 해외직구 통관정책 유예도시가 15개로 늘어나면서 온라인 수출길이 좀 더 넓어졌다.


중국은 지난 2016년 4월 해외직구 화장품에도 위생허가를 받드시 받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려다 강력한 업계 반발에 밀려 시행시기를 2017년 5월 10일(1차), 2017년말(2차), 2018년말(3차)로 세 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중국은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톈진, 상하이, 항저우, 닝보, 정저우, 광저우, 선전, 충칭, 푸저우, 핑탄 등 10개 도시를 시범도시로 지정했었다. 이 기존 10개 도시에 허페이, 청두, 다롄, 칭다오, 쑤저우 등 5개 도시를 포함시켜 올해부터 해외직구 통관정책 유예도시를 15개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개 시범도시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은 복잡한 절차(최초 수입 허가증, 등록 혹은 비안(서류 신청) 요구 사항 잠정 유예)없이 개인물품으로 원활하게 통관돼 온라인 수출길을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 추가된 도시 중 칭다오, 다롄은 화장품을 포함해 한국 기업의 무역량이 많은 곳으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B2C 모델이 잘 정착돼 있어 온라인을 통해 처음 중국을 공략하는 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올해말로 예정된 통관정책 유예시기 마감일을 앞두고 아직 충분히 위생허가를 획득하지 못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4차 유예에 대한 기대가 솔솔 흘러나온다. 오프라인 진출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위생허가는 취득해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유예정책이 중국의 해외소비 유턴정책의 일환이자 불법적 수입통로를 합법화함으로써 세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시행 중인 것을 감안하면 또 다시 시행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1~2년 더 제도 시행이 늦춰질 가능성도 적진않지만, ‘그 맛’에 취할 경우 모든 준비를 마친 중국이 제도를 전격적으로 시행했을 때 큰 낭패를 겪을 것”이라 우려하며 위생허가 필수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생허가 등록제 10개 지역 추가 장벽 낮춰


악명 높은 위생허가 취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은 지난 3월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길에 최대 장애물로 자리잡고 있는 위생허가 진입 장벽을 낮췄다.


중국 CFDA는 3월 12일부터 ‘수입 비특수용도화장품 등록관리 시범사업’을 기존 상해 푸동신구 외에 10개 지역을 추가, 확대했다.


이 등록관리 시범사업은 중국 내 처음 수입되는 비특수용도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를 심사허가제에서 등록관리제로 전환해 ‘허가’ 전 ‘등록’만으로 화장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작년 1월 상해 푸동신구를 최초로 지정해 실시해왔다.


CFDA는 푸동신구에서 등록관리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적극적인 성과를 얻었다며 시범 실시 지역을 대폭 늘렸다. 이번에 확대된 지역은 톈진, 요녕, 저장, 푸젠, 허난, 후베이, 광둥, 충칭, 쓰촨, 산시 등 10개 지역으로, 현재 기존 상해를 포함해 총 11개 지역에서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시범사업 실시 기한은 지난 3월 12일부터 시작해 2018년 12월 21일까지로, 예정대로라면 올해말께 시범사업이 끝나게 된다. 우리로서는 매우 아쉬운 상황인데, 해외직구 통관정책 유예 기대와 더불어 이 시범사업 역시 기한 연장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KOTRA와 한국무역협회, 현지 업체 관계자 등 복수의 현지통들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이 연장될 확률이 꽤 높다는 견해가 많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중국당국이 밝힌 ‘적극적인 성과’가 상당하고, 추가된 시범지역의 실시기한이 너무 짧다는 게 연장 전망의 근거다.


이 등록관리제는 위생허가에 지친 한국 기업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제도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중국시장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중국의 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 관리감독 방향성이 ‘사전 인허가’ 관리에서 ‘사후 품질관리’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등록관리제는 지름길이 될 수 있지만, 이후 유통 등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유커’ 대신 ‘따이공’ 면세 수출 일등공신


불법이지만 엄연히 대중국 수출 전선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게 따이공이다. 국내 상위권 화장품업체 중 오로지 따이공으로만 수천억 매출을 올린 기업이 적지않고, 따이공 덕에 상장기업이 된 곳도 있다.


이 시간에도 위생허가가 없는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제품까지 따이공으로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발길 끊은 유커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절절매던 면세점 매출을 요즘 다시 견인하고 있는 것도 따이공이다.


누가 뭐래도 화장품 유통의 한축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불법인데다, 미래지향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국가 간 무역에서 현실적으로 밀거래를 100%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국내 화장품산업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이공으로라도 팔기를 원하는 업체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업체들에게 따이공은 중국 내 제품 가격을 무너뜨리는 주범이다.


그럼에도 따이공이 근절되지 않는 건 법의 맹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워낙 그 물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소극적으로 ‘살짝 비껴 보며’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긍정적이라면 당장 옥죌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 아직 한국행 단체관광객 규제를 다 풀지 않은 상태에서 유커의 조속한 귀환을 바라기는 어렵고, 유커가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대량구매 행태가 재현되긴 힘들다는 것도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따이공 거래 규모가 면세점 구매 개수 제한 등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닐뿐더러 눈에 보이는 내일 먹거리를 못 본 척 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이 최근 따이공 유통 규제를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 3년여간 ‘배 타고 기차 타고 말 타고’ 다니는 모든 따이공 루트를 파악해 둔 상태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수요, 특히 럭셔리 화장품의 수요를 대체할 수단이 마련되면 2년전 5월처럼 일시에 모든 따이공 루트를 틀어막을 수 있다.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이번에 막으면 다신 열어주지 않을 게 분명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다시 한 번 따이공을 통한 손익에 대해 촘촘히 짚어 볼 시점이다.


하반기 관세율 인하. 실리 보다 ‘안정성’


하반기에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희소식도 예정돼 있다. 중국이 7월 1일부로 화장품 수입관세율을 인하한다. 중국이 해외소비 유턴정책 일환으로 지난 2년간 관세율을 하향 조정해온 탓에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동안은 일시성을 띤 잠정세율을 적용해오다 이번에 최혜국(MFN,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 세율을 적용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5월 31일 ‘일반 소비품 수입관세 인하에 관한 공고’를 통해 최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화장품 등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15.7%에서 6.9%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화장품의 경우 원칙적인 최혜국세율 기준으로 6.5~15%이던 수입관세가 1~5%까지 대폭 인하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적용 중인 잠정세율을 기준으로 하면 △향수/모발용 염색제/치약이 5% → 3% △기초화장품/마스크팩 2% → 1%로 인하되고, 색조화장품은 변함없이 5% 관세율을 적용받아 큰 인하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가격 경쟁력 제고보다 ‘안정성·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수입관세 부과 순위에 따라 그동안 최혜국세율보다 잠정세율을 우선 적용해왔지만, 잠정세율은 말 그대로 ‘일정기간 잠시 적용’하는 것으로 다음해 수출입세칙에서 취소하거나 원래 최혜국세율을 다시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기존 잠정세율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최혜국세율 인하가 확정됨에 따라 이 같은 불안이 말끔히 해소됐다.


이에 대해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수입관세율 인하 품목 중 화장품 등 대한국 수입 수요가 많은 품목이 대거 포함돼 대중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이번 인하 품목 중 한중 FTA 발효 4년차 세율보다 낮은 품목이 소비재 위주로 다수 포함돼 있으므로 기업들은 관련 제품 수출 시 제품 HS Code별 관세 인하 혜택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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