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식사냥꾼의 마케팅 맛보기 03

춘천 닭갈비 – 뼈가 없어도 닭갈비다.
제품은 고객 눈높이에 맞게 진화한다.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15-02-05 11: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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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업무차 춘천에 다녀왔다
. 지방 소재 고객사가 서울 소재 고객사와 다른 것이 있다면, 먼 거리를 달려와 줬다는 고마움 때문인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서 식사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난 매우 서민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고 또 정서적으로 그런 음식을 더욱 즐긴다.

일행 네명이 들른 닭갈비집은 꽤 큰 대형식당이었다. 별관도 증축하여 지은 듯 했고 주차장도 넓었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단체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봤다. 뭔가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그런 맛은 전혀 없었지만, 일정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춘천 닭갈비에 대해 한번 정리해봐야겠구나 하는 동기가 되었다.

크게 부담 없는 가격, 언제 먹어도 맛있는 춘천 닭갈비. 그 역사를 한번 알아보자.

춘천 닭갈비를 발명한 사람과 그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춘천시의 자료에는 “195810월 지금의 강원은행 자리에 판잣집을 얻어 김모 씨가 닭불고기집이란 상호를 내걸고 장사를 한 것이 시작되어라고 적고 있다.

강원대 황익주 교수(인류학과)향토 음식 소비의 사회문화적 의미: 춘천 닭갈비의 사례란 논문에 의하면 “1960년을 전후한 무렵에 춘천 시내의 조그만 판잣집에서 선술집을 경영하던 충청남도 출신의 K씨 노부부에 의해서 고안된 음식이었다.

그때 모종의 이유로 K씨네 선술집에 안주용 고깃감으로 쓰던 돼지고기의 공급이 중단되었는데 이에 대한 일종의 비상 대책으로 K씨 부부는 통닭으로부터 널찍하게 각을 뜬 닭고기를 고추장, 간장, 마늘, 생강 등등의 양념을 하룻동안 재워 양념이 충분히 배게 한 후 이를 석쇠 위에 올려놓고 숯불로 굽는 요리 방식을 개발하였다. 이 새로운 음식에는 닭불고기라는 명칭이 붙여졌는데라고 쓰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닭갈비집이 밀집하기 시작한 춘천 명동 뒷골목의 상인들은 대략 1960년대 전후에 닭갈비가 개발되었다고 전할 뿐 개발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들 한다. 명동 뒷골목 닭갈비집 단체인 계명회 이동규 회장(명물 닭갈비)1961년 낙원동에 우성 닭불고기집이 최초로 닭불고기란 이름의 간판을 내걸었다고 말해주었다. (야식사냥꾼의 멘토이신 황교익 쌤이 내가 인터넷 검색해서 대충 정리한 걸 보곤 발끈하시며 친히 다시 정리해 주셨음. 요즘 TvN 수요미식회에도 나오시는 그분. 엄청 까칠)

원래 홍천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많은데 지금 우리가 먹는 볶음형태와는 요리방법에 차이가 꽤 있으므로 다른 음식으로 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닭갈비는 홍천닭갈비(냄비와 솥 이용+찜형태)숯불닭갈비(숯과 석쇠 이용+구이 형태)연탄닭갈비(연탄과 석쇠 이용+구이형태)춘천닭갈비(무쇠판 이용+볶음형태)와 같이 진화를 거듭해왔다.

닭갈비는 지금도 그 맛과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예전에는 대단히 싸서 그 별명이 대학생갈비’, ‘서민갈비였다고 한다. 1970년대초 닭갈비 1대값은 100원 정도였다고. 초기의 주 고객은 학생들과 춘천 인근에서 근무한 군인들이었다. 그랬던 닭갈비가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족들 외식문화 속에 자리잡고 전국적으로도 알려지고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는 음식이 된 것이다.

이번에 춘천에서 같이 미팅한 분이 지난주에 말레이시아에 다녀오셨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하는 닭갈비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더라나. 그 지역에선 물론 비싼 가격대의 고급 음식점으로 포지셔닝 돼있다고.(나도 나중에 처제랑 동서가 있는 독일에 가서 닭갈비집 해볼까이미 있을까)

원래 닭갈비는 전부 뼈가 있는 고기였기 때문에 정말 갈비를 뜯는 기분이 났다. 그런데 언젠가 뼈없는 닭갈비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뼈없는 닭갈비가 기본이 됐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름에 걸맞게 뼈가 분명히 있었다. 나도 기억이 난다. 뼈없는 닭갈비 메뉴가 처음 나왔을 때 먹기 편하다며 좋아했었는데 왜 지금 난 예전 뼈 있는 닭갈비 먹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떠올리고 있는 거지?

내 의도적 눈높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음식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고증이 중요하고 맛과 재료에 대해 매의 눈으로 스캔하는 정성이 기본이다. 사실 그 노고는 우리 같은 범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이고, 그분들 연구의 수혜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냥 범인으로서 오늘, 마케팅 한스푼! 제품은 고객 눈높이에 맞게 진화한다! 그리고 고객은 단지 현재만을 기억한다. 뼈가 없어도 닭갈비다.


<춘천닭갈비에 대한 내 추억>

춘천닭갈비에 대해 정리를 하다 잊고 있었던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비교적 신혼 때, 정확히는 1995~1999년까지 숙대후문 근처 다세대주택 10평짜리 집에 세 들어 살았다. 201호에 살았는데 사실은 1층이었다. 101호는 지하방이었다. 그야말로 빽빽하게 작은 건물들이 붙어있었는데, 우리 큰애가 창살 밖으로 작은 팔을 내밀면 맞은편 건물에 사는 아이 친구와 손이 거의 닿을 정도였다.

아직 유치원 가기 전이었을 때 큰애는 TV다이(받침)에 기어오른 뒤, 등산을 하듯 다시 한번 TV를 딛고 올라서서 맞은편 건물 친구랑 수다떨기를 즐겼다. 그러다 TVTV다이에서 2번인가 3번 떨어졌는데, 나중엔 TV가 자꾸 분해가 되려 해서 청테이프로 여기저기 붙였던 기억이 있다. 그리 크지 않은 21인치 TV라 가벼워서 자꾸 떨어졌나보다. 브라운관 TV니 그나마 딛고 올라설 수라도 있었겠지. 요즘 TV는 얇아서 올라설 수는 없겠구나

어쨌건 당시 내가 살던 그 다세대주택 주인 아주머니가 춘천닭갈비집이란 간판을 걸고 장사하셨던 것이 문득 생각난다. 그집 오픈했다고, 세 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가게 가서 몇번 먹어주고 했었다. 물론 맛은 있었다. 정말 그때만 해도 분명 뼈가 있는 닭갈비였는데그 아주머니, 돈을 크게 벌어 흔치 않던 시절 자식을 해외유학 시켰다.

춘천닭갈비를 조리하는 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 것 같다. 그냥 우리나라 전체에 두가지 조리법이 있다고 해도 같은 얘기가 된다. 숯불 닭갈비와 철판 닭갈비가 있다. 숯불 닭갈비는 생닭을 얇게 편 후 갖은 양념에 재워놓았다가 숯불 또는 연탄불로 철망석쇠에 굽는 형식이고, 철판 닭갈비는 갖은 양념에 재워둔 생닭에 양배추, 고구마 등의 야채와 가래떡 등을 함께 넣어 기름을 두른 후 커다란 무쇠철판 프라이팬에 볶아먹는 형태이다.

현재 춘천닭갈비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철판 닭갈비이다. 그런데 난 숯불 닭갈비가 좋다. 숯불이 선사하는 풍미는 소고기, 돼기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그 무슨 고기에라도 큰 선물이 된다. 그냥 내 입맛이 그렇다고.

최완 빅디테일 대표 david@bigdet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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