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품 주요 키워드 ‘다양성·형평성·포용성’

K뷰티 성공하려면 독특한 콘셉트·인플루언서 마케팅 ‘필수’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4-10-17 10: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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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



[CMN 심재영 기자] 최근 미국 화장품 시장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화장품 산업에서 다양한 인종에 다른 피부색, 모발 유형, 나이, 성별, 신체 사이즈 등 개개인의 여러 요소들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브랜드들은 마케팅을 진행할 때 여러 인종과 성별 등을 고려한 광고 모델을 내세우고 있으며, 제품에서도 폭넓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화장품 산업이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움에 대한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원장 조신행)은 글로벌코스메틱포커스 7호(미국, 영국편)에서 “미국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은 폭넓은 잠재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K뷰티는 바이럴 마케팅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 캠페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클린, 심플, 비건을 키워드로 한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너무 많아 미국 소비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화장품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에서 접하기 힘든 독특한 제품 콘셉트를 내세워야 하고, 다른 브랜드들이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 돋보이게 해야 하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책임 강화












비영리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국이지만 재활용률은 5~6%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은 삼각형 모양의 재활용 가능 표시를 보고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많은 쓰레기가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내화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 천 개의 화학 첨가물을 섞어서 제조하기 때문에 화장품 용기의 튜브나 펌프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표기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에 대한 수정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 및 생산에 대해 광범위한 법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다수의 주에서 재활용 표시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는 SB343법을 통해 제품에 붙이는 재활용 가능 라벨 부착 기준을 엄격히 설정했다.

화장품에 재활용, 생분해성, 친환경 등을 표시하려면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제품 포장에 대한 생산자 책임 강화에 대한 법안은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미국 내 더 많은 주로 확대돼 2024년에는 뉴욕, 워싱턴, 뉴저지, 로드 아일랜드, 일리노이, 미네소타, 테네시, 메사추세스, 뉴햄프셔를 포함한 최소 9개 주에서 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서 버츠비, 파머시, 글로우 레시피 등 여러 뷰티 브랜드들은 재활용 전문기업들과 협력해 소비자들이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용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경에 신경쓰고 있다.

전신용 데오드란트 수요 급상승

미국 소비자들은 체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데오드란트 소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 소비자들이 데오드란트를 구입한 금액은 총 66억 달러(한화 약 9조 1,087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1인당 대략 20달러(한화 약 3만 원) 정도로 다른 국가보다 높은 금액이다.

또한,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피앤지(P&G)에서 약 4,000명의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60% 이상이 사타구니 냄새를 걱정했고, 20~30%는 가슴 부위, 30~50%는 발 냄새에 대해 고민하는 등 자신의 체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가슴 부위, 발 등 신체 곳곳에서 나는 불쾌한 체취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온몸에 바를 수 있는 전신용 데오드란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는 전신용 데오드란트 해시태그를 단 영상들이 2,300만 뷰 이상을 기록했으며, 땀 배출이 많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바디 데오드란트 검색량이 2024년 1분기 동안 135% 증가할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겨드랑이와 같이 특정 신체 부위에만 사용하는 용도로 출시된 제품과 달리, 전신용 데오드란트는 어느 부위에 사용해도 모공이 막히거나 자극이 느껴지지 않도록 피부 친화적으로 제작하는 특성이 있다.

온라인에서도 느껴지는 전신용 데오드란트의 인기에 유니레버와 피앤지 같은 주요 뷰티 기업들도 저자극 성분을 함유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더 중요해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몇 년 전부터 미국 뷰티 시장에서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 3가지 키워드는 뷰티 산업에서 다양한 인종에 따른 피부색, 모발 유형, 나이, 성별, 신체 사이즈 등 개개인의 여러 요소들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은 여러 인종과 성별 등을 고려한 광고 모델을 내세우고 있으며, 제품에서도 폭넓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파운데이션 제품들이 창백하고 밝은 백인의 피부 톤부터 아시아와 흑인에게 맞는 피부 톤에 적합한 컬러까지 폭넓은 옵션을 출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뷰티 브랜드가 늘어난 이유는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업 사반타(Savanta)의 2023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쇼핑객의 31%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소극적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각계각층의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에 공감한 대중들이 뷰티 브랜드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유스로피아가 어두운 피부 톤을 위한 파운데이션 색조를 다양하게 구성하지 않고 검은색에 가까운 파운데이션을 출시해 크게 비난을 받았다.

한편, 엘프는 성별 다양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어필하기도 했다.

인기 스킨케어 제품 분석

2024년 2월 1주차부터 7월 1주차까지 미국 아마존 스킨케어 상위 10개 인기 제품을 분석한 결과, 스팟 패치, 에센스, 클렌징 티슈, 바디로션 등 다양한 제품군이 순위에 올랐다.

특히, 메이크업 제거용 클렌징 티슈, 솝, 폼 제형을 비롯한 페이셜 클렌징 제품류가 2024년 2월 1주차와 7월 1주차 Top10에 각각 3가지씩 들며 인기를 입증했다. 히어로 코스메틱의 마이티 패치 오리지널은 6개월간의 분석 기간 동안 다섯 차례 월간 1위를 차지해 미국 소비자들의 스팟 패치에 대한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월 1주차와 7월 1주차 순위에 뉴트로지나, 판옥실, 이오에스를 비롯한 미국 브랜드 제품이 각각 8가지씩 순위에 들며 순위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 브랜드들의 인기가 눈에 띈다. 2월 1주차에 2위를 차지한 한국 브랜드 코스알엑스는 7월 1주차 Top10에서도 2위를 기록했으며, 바이오던스가 7월 순위에 새롭게 등장하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 다른 국가로는 프랑스 브랜드 라로슈포제가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시트 마스크 1위, 한국 ‘바이오던스’

시트 마스크 부문 인기 1위 제품은 한국 브랜드 ‘바이오던스(Biodence)’의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Bio-Collagen Real Deep Mask)’다.

2021년 설립된 바이오던스는 유효 성분 기반의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인플루언서(@glowwithava)가 비행기에서 마스크팩을 부착했다가 떼어내며 비교한 모습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기 위해 구매처를 묻는 댓글들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바이오던스는 입소문을 탄 제품의 인기를 기회로 삼아 아마존의 프라임데이에 참가해 브랜드 매출을 성공적으로 증대시켰다.

미국 소비자들은 바이오던스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가 들뜸이 없어 제품 효과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으며, 피부에 부착한 채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사용 후기에서 관리 직후 속부터 차오르는 광채를 느꼈으며, 메이크업이 더 잘 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인기 메이크업 제품 분석

미국 아마존의 2024년 2월 1주차부터 7월 1주차까지 메이크업 제품 인기 순위를 분석한 결과, 마스카라, 아이섀도 등의 아이 메이크업 제퓸류가 2월 Top10에 5가지, 7월 순위에 6가지가 올랐다. 아이 메이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 파운데이션, 컨실러, 프라미어를 비롯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류도 꾸준히 순위에 올랐으며, 립 메이크업은 립 라이너, 립 글로스, 립 오일과 같은 다양한 제형이 인기다.

국가별 브랜드 분포도를 살펴보면, 엘프, 줄렙, 닉스 등 미국 브랜드들의 제품이 2024년 2월 1주차와 7월 1주차에 7가지씩 순위에 들어 메이크업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월과 7월 순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독일 엘프와 캐나다 사슈도 호응을 얻고 있으며, 로레알도 2월과 7월 순위에 2가지씩 이름을 올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됨을 알 수 있었다.

립 라이너 1위, 캐나다 ‘사슈’

립 라이너 부문 인기 1위 제품은 캐나다 브랜드 ‘사슈(Sacheu)’의 ‘립 라이너 스테이앤(Lip Liner Stay-N)’이다.

사슈(Sacheu)는 솔직한 제품 후기로 인지도를 높인 뷰티 인플루언서 사라 청(Sarah Cheung)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해 직접 제작에 나서 론칭한 브랜드다.

사슈는 틱톡 샵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플랫폼 특성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해 성과를 거뒀다.

특히 립 제품은 도포 전후 색감이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에 장면 전환이 빠르고 길이가 짧은 숏폼 덕을 봤다. 틱톡 샵 매출 비중이 35%를 차지하는 등 소셜 미디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립 라이너 스테이앤은 입술에 라인을 그리고 10~20분 동안 말린 뒤 떼어내면 색상이 고정돼 입술을 또렷하게 연출해 준다.

이 제품을 사용한 미국 소비자들은 출근 전 입술에 바른 색이 퇴근 시간까지도 선명하게 지속돼 따로 수정 화장을 할 필요가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뷰티, 독특한 포뮬러·브랜딩 필요

예전에는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한국 제품이 워낙 많고 대중적으로 익숙해졌다. 현재는 월마트, 타겟, 울타, 세포라와 같은 대형 소매 채널에서 한국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는 어렵다.

현지 전문가는 “너무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클린, 심플, 비건을 키워드로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눈에 띄기 위해서는 더욱 독특한 포뮬러와 브랜딩이 필요하고, 마케팅 측면에선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인플루언서 캠페인에 기꺼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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