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기술 특화, 제3의 K뷰티 주도 가능"
세계 최초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개발 '주목'
이동걸 코스맥스 소재랩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연구팀장
[CMN 신대욱 기자] 한국의 화장품 소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코스맥스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의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소재인 ‘스트레인-코스맥스’를 개발했다. 이동걸 코스맥스 소재랩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연구팀장은 이같은 ‘초격차 기술’로 그동안 제형 중심으로 확산된 K뷰티 붐이 이제 소재로도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갈 정도로 앞서 있습니다. 관련 특허 출원이나 논문 편수를 봐도 한국이 최대 기술 보유국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적 소재 기술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선 것이지요. 그동안 비비크림이나 쿠션처럼 제형 중심으로 주목받았던 K뷰티는 이제 혁신 소재로 제3의 K뷰티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 팀장은 미생물 분야 전문가로 코스맥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이끌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연구는 2010년 이후 미생물의 유전체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졌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폭발했고, 인체에 공생하는 미생물과 인체의 상관관계도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 바탕 항노화‧피부 미생물 상관관계 최초 규명
코스맥스의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개발은 이같은 학계의 흐름을 빠르게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코스맥스는 대부분의 연구가 장내 미생물 연구에 집중돼온 것과 달리 실제 피부 환경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피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노화 연관성 연구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2019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다. 미생물의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의 기전을 밝힌 것은 물론 효능까지 과학적 검증을 마쳤고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논문까지 게재,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신소재는 피부 미생물을 활용해 유전체를 분석했고, 이 미생물과 피부노화의 상관관계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어요. 우리가 피부와 미생물 사이 노화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지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한 소재에서 나아가 기술적인 뒷받침과 지속가능한 방향까지 제안하는 게 종합돼야 가능합니다. 유전체 분석을 비롯해 피부와 미생물의 유전적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합니다.”
이 팀장은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은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 같은 장내 미생물 관련 소재를 단순히 화장품에 함유한 것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천연물이 피부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화장품 성분으로 넣은 것과 같은 관점이라는 것이다. 유산균 음료가 몸에 좋으니 피부에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화장품 성분으로 이어진 것과 같은 관점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글로벌사의 진일보한 제품도 피부 보습과 장벽 보호 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리딩할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특히 한중일과 친화력이 높습니다. 발효 문화권으로 미생물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죠. 실제 신소재 개발 후 해외 상담에서도 아시아권의 이해도가 높습니다. 현재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시장에 전파되고 있지만 2년 정도 지나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폭넓게 퍼지리라 기대합니다. 이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시장 새 트렌드 부상, 소재 기술로 한국이 리딩
지난해 3월엔 보다 진화한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개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페이스 바이오 미생물 소재인 ‘솔라바이옴’을 적용한 선케어 화장품이다. 이 소재는 자외선 차단 효과는 물론 햇볕에 그을린 노화된 피부를 회복시키는 효과까지 지녔다. 솔라바이옴은 인체가 아닌 타산업군의 미생물을 활용한 사례다. 에코 마이크로바이옴 영역이다.
“장내 미생물은 이미지 측면에서 처음부터 배제했고, 피부 유래 미생물 중심으로 연구해왔는데 넓게 뻗어나가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타산업군 소재로 다른 관점에서 넓게 보면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를테면 환경 정화사업에 활용하는 미생물이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에 접목하면 피부 정화, 클렌징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 2차 전지산업에 쓰는 미생물은 피부 전류, 피부 재생 촉진 연구로 이어질 수 있고요. 이런 방식으로 특별하고 차별화된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 상향평준화를 대비한 특화 영역 확보 차원에서다. 또 한 가지 비밀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 팀장의 귀띔이다. 2년 프로젝트로 수행하고 있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시장에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유산균 시장,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중요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면역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세 명중 한명이 매일 먹다시피 할 정도로 시장이 커진 것이지요. 화장품은 면역 얘기를 광고 표기법상 할 수 없지만, 건기식의 미생물 소재가 내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묶어서 인식하기 시작하는 변화로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인식 변화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 활황세를 맞고 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특유의 면역 효능을 직접적으로 표기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화장품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에서 미생물을 직접 배합하는 것이 불법인 것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제기구인 ICCR(국제화장품규제조화협의체)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관련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아모레퍼시픽, 대한화장품협회가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논의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성격 규명부터 미생물 직접 배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ICCR 소그룹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지면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관련 제도 마련에 들어가리라 생각합니다. 빠르면 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의견이 좁혀진 내용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소구하려면 소재의 유전체 분석 팩트 자료가 우선돼야 하고 피부와 미생물의 유전적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효능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프로바이오틱스 소재 효능만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라고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 팀장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학술적 우수성과 시장 계몽 정도, 실제 사용 가능한 경제성 측면이 종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학술적 연구 결과물들이 많이 나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수용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업계 차원에서 풀어나가면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즉각적인 피부 결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사이에 이를 사용하면 메이크업이 보다 잘 안착되는 시너지를 내는 것이지요. 그동안 하나의 제품군으로 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화장 단계에 새로 추가할 수 있는 새 유형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스킨케어의 새로운 제형기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시장성이 크고 가치 있는 기술입니다. 앞으로 K뷰티를 이끌어갈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래서 업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단순 기술로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사용해 가치 있게 가꿔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