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드 플랫폼 꿈꾸는 그녀의 특별한 '온도'

"로컬(Locally)에서 브랜드(Brand)를 찾다"
K비건 '온도', 업사이클링 '어글리시크' 론칭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1-09-24 17:10:52]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김지영 브로컬리컴퍼니 대표

[CMN 이정아 기자] 그녀의 ‘온도(owndo°)’는 특별하다. 광고 기획자로 10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칸 국제광고제 수상자라서 혹한 건 아니다. 성공적 커리어를 다 내려놓고 화장품 사업가로 변신해 세상에 처음 내놓은 브랜드여서도 아니다. 순전히 온도에 녹아든 ‘진심’ 때문이다.


“어느 날 EBS 다큐를 보는데 구절초를 전통방식으로 재배하는 전남 화순 수만리 들국화 마을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바로 찾아갔죠. 수익이 나지 않아 구절초 농가가 줄고 마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구절초를 우려먹거나 바르면 피부에 좋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죠.”


효과는 논문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한방 콤플렉스 제형으로 이미 구절초가 사용되긴 했지만 메인으로 부각된 경우는 없어 괜찮겠다 싶었다. 화순 구절초를 활용한 한국적 비건 스킨케어 온도는 이렇게 탄생됐다. 화순의 기온과 바람을 담은 계절의 온도이자, 내 피부의 온도, 두가지 의미를 브랜드에 담았다. 지역의 농가들과 함께 ‘로컬(Locally)에서 브랜드(Brand)를 찾는’ 브로컬리컴퍼니(Blocally Company)의 첫 시도였다.


“온도 화장품을 쓰게 되면서 화순을 알게 됐고 꼭 가보고 싶다는 고객 후기를 보고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온도를 잇는 두 번째 브랜드는 국내 유기농가의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뷰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어글리시크(UGLYCHIC)입니다.”


이 또한 농가에서 출발했다. 품질은 좋지만 조금 상처가 있고 못생겼단 이유로 외면받는 농산물을 김 대표가 브랜드로 해결해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거다. 제주 유기농 브로콜리로 만든 선크림, 상주 유기농 오미자로 만든 스칼프 샴푸, 무주 유기농 사과로 만든 여성청결제, 홍천 유기농 복숭아로 만든 러브젤 등 피부 본질에 충실한 제품들을 속속 내놨다.


“지역 원물의 효능과 기능적 측면을 매칭해 농부님들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우리는 소작, 유기농, 지역 자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원물을 직접 수매 하면서 농부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익이 더 돌아갈 수 있을지, 선순환 구조를 늘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로컬 브랜딩에 관심을 둔 건 2015년 서울문화재단과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마음약방’을 진행하면서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의 병’을 자판기라는 재밌는 소재로 치료해주자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캠페인으로 칸 광고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지역마다 가진 독특한 정체성과 자원, 콘셉트를 살려 브랜드화하는 일을 하고 싶어 2018년 창업했습니다. 베이스캠프를 제주에 둔 건 브랜딩 하기 좋은 브랜드 소스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죠. 제주 브로컬리에 이어 제주 당근을 활용한 식물성 콜라겐 이너뷰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간식도 같이 나옵니다.”


온도와 어글리시크 제품은 자사몰과 마켓컬리, 세포라에 있다. 독일, 일본에는 첫 수출을 했고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는 진행중이다. 최근 유럽 최초 K-POP 걸그룹 KAACHI(가치)를 어글리시크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국내외로 문화다양성과 환경보호에 관련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아토피로 고민께나 해 본 김 대표는 20세 때 이미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들어 썼다. 20대 후반에는 관련 책도 냈다. 홍콩, 대만, 일본에 판권 수출까지 했을 정도다. 화장품 성분에 대한 기본 레시피를 잘 알고 있으니 화장품 사업이 낯설지 않다. 어쨌거나,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컬 브랜드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Copyright ⓒ cm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