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경험의 완성 '기분좋은 첫 만남 돼야'

소비자와 판매자 첫 접점 브랜드 로열티 형성 영향···온라인유통 최대 경쟁력 부상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2-12-29 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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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기획] BLUR Rabbit - Last mile




[CMN 박일우 기자]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원래 사형수가 형집행 당일 수감된 방에서 사형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뜻하는 단어다.

이 개념이 근래 유통업계에선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로 통용된다. 라스트 마일 뒤에 배송을 뜻하는 딜리버리(Delivery)를 붙여 쓰기도 하는데, 그냥 라스트 마일만으로 같은 의미로 본다.

라스트 마일이 유통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건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93조를 돌파했을 만큼 온라인 유통은 대세다. 무엇보다 막강한 가격경쟁력에다 다양한 IT 기술 발달이 더해진 결과다.

소비자들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체험하고 온라인몰에서 구매한다. 쇼핑할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쇼핑한 물건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오다가다 만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산 뒤 집에서 택배로 받으면 그만이다. 라스트 마일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있다.



사용자 경험 형성되는 첫 번째 단계
라스트 마일은 온라인 유통 시대에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오프라인 유통이 주를 이루던 시절 매장 직원의 고객 응대 서비스가 해당 회사 혹은 브랜드의 첫 인상을 결정지었다면, 이젠 고객이 배송서비스를 통해 구매한 상품을 전달받는 과정을 통해 판매자와의 첫 접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라스트 마일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과정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형성되는 첫 번째 단계다. 이 때 형성된 경험은 추후 해당 브랜드 혹은 제품에 대한 로열티 생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공급자 입장에서 라스트 마일은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라스트 마일은 현재 전체 물류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노동 집약적인 부분이 커 효율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급자 입장에선 비용측면의 효율성 개선이 곧 경쟁력 향상이 되는 셈이다.

더불어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이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고객 현관문앞에서 냉장고안까지 확장
쿠팡이 빚에 허덕이면서도 로켓배송에 열을 올릴 때 성공을 확신하는 이는 사실 많지 않았다. 글로벌 기관 등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 받았을 때도 반신반의하는 전망이 더 우세했다. 매출은 매년 크게 성장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도 돌았다.

그럼에도 쿠팡은 대한민국 전역에 차근차근 풀필먼트를 확장해왔고, 마침내 올 3분기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이 열어제친 로켓배송은 유통가에선 이미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는 익일배송에서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배달하는 당일배송과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배달하는 새벽배송을 넘어 최근에는 주문 후 30분배송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비슷하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2006년 무료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당일배송, 즉시배송, 새벽배송을 거쳐 최근 고객 자동차로 배송해주는 인 카(In Car) 딜리버리 서비스로까지 진화하며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5,000개 넘게 보유한 매장을 활용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가는 클릭 앤 콜렉트(Click&Collect) 서비스로 온라인 공습 시대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인 홈(In Home) 딜리버리 서비스를 통해 라스트 마일을 고객의 현관문까지에서 냉장고까지로 확장했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월마트 직원이 고객의 냉장고안에 채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웨어러블 카메라(Wearable Camera)를 배송 직원에게 착용시켜 고객이 카메라를 통해 배송진행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부감도 줄였다.

감성파는 화장품, 더 세심한 전략 필요
온라인 유통시대에 최대 화력은 배송 경쟁력이 됐다. 더 빠른 배송, 더 정확한 배송, 더 세심한 배송, 더 감성적인 배송. 이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라스트 마일은,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드는 순간 느낀 감정을 브랜드에 투영함으로써 구매경험을 완성시키는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쿠팡(로켓배송)과 마켓컬리(새벽배송)의 성공은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화장품 업계 로드숍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완성한 올리브영(오늘드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라스트 마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라스트 마일은 공급자 입장에선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물류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간이기 때문이다.

물류 과정을 크게 집화-분류-중간 화물수송-라스트 마일로 분류할 때 라스트 마일이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53%나 된다. 더구나 라스트 마일은 다른 물류 단계와 달리 노동집약적이어서 자동화시키기 매우 어렵다.

이에 쿠팡처럼 자체적으로 완벽한 풀필먼트를 갖춘 기업을 제외하면, 유통업체든 이커머스든 브랜드사 할 것 없이 라스트 마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현재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최적화된 자동화시스템 구축, 소규모 업체들이 물류센터를 함께 사용하는 공동물류센터 건립 등 유통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선도기업 가운데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이동수단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Green) 라스트 마일을 표방하며 경쟁력을 과시하는 업체도 있다.

라스트 마일은 수요자 중심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광고만 크게 때리면 잘 팔리던 시대에는 없었던, 수요자의 감성에 초점이 맞춰진 개념이다.

흔히 화장품 업종에 대해 감성을 판다고들 한다. 감성소비 시대에 감성을 파는 화장품 브랜드에게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완성시키는 라스트 마일은 반드시 기분좋은 첫 만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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